home01.gif

가을입니다

OHSM

   참이나 더웠던 여름이 다 간듯하다. 아직은 따가운 햇살이 아니면 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끈적임, 지친 사람들의 얼굴, 냉방을 위해 꼭 닫힌 창문, 속살이 보일듯한 아기씨들의 옷차림, 모두가 이젠 사라져 버렸다. 아르바이트하는 가게가 있는 몰엔 모두 문을 열어놓았다. 메마르고 또 가슴을 설레게하는 가을의 산소를 즐기는 모양이다.
  우리 가족은 정작 여름에는 여행을 가지 못하고 다들 바쁘지도 않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주로 게으름을 부리느라) 시간을 맞추지 못하다가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동해쪽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아마도 딱 지금같은 그런 초가을 날씨에. 여행을 하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마련이고 또 차 안에서 군것질을 많이 하게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는 다른사람들의 호응을 받지못하기 마련이었다. '인간이 이런걸 좋아하나?' '니나 많이 먹어라' 등의 구박을 하면서도 휴게소를 지날 때면 꼭 나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왜? 내가 막내니까. 그렇게 아찔한 태백준령을 넘어서 동해 바다에 도착하면 가슴이 시린 그리고 육중한 시원함에 지난 여름의 스트레스가 산산조각난다. 다른 사람들은 그더위를 바로 그때 식혔겠지만 우리는 한참 시차를 두고서 뜸을 들이다 정작 더위 물러간 뒤에야 해결했나보다.
  가을 바다의 장점은 그 상쾌함이 여름에 비할수 없다는 것, 겨울처럼 쓸쓸하지도 않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회'값이 무척 싸다는 데 있다. 또 한가지 좋은 것이 있다면 가을 여행을 온 사람들은 다들 넉넉하고 낭만적인 사람들이어서 여행지의 분위기가 밝고 명랑하다. 아! 그럼 우리가족은 넉넉하고 인간성 좋은 사람들 인가보다. 하!하!
  가을의 아침은 잔잔한 대나무 숲의 이는 바람에 그렇게 상쾌하고 한낮의 따끔하고 맑은 햇살은 거리를 즐거움으로 채우고 밤의 그윽함에 우리는 촛불을 켜고 차를 마신다. (사실 피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동해 바닷가에서 잔뜩 독이 오른 모기에 물려 가며 촛불 아래에서 먹던 로마노 피자(서울에선 볼 수 없는 상표인데)가 너무나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때아닌 가을에 얼굴을 까맣게 태워 가지고 서울로 돌아 가면 한결 살 맛이 났다. 한참이나 남은 가을을 다 가지고 온 듯해서...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면 아마 형과 누나가 돈든다고 내켜하지 않으시는 어머니를 부추겨서 부석사, 불영사를 거처 그 푸른 바다에 가자고 연락을 할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거제 해금강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내년 가을이면.
  이제 가을입니다. 잠시 멈추고 '아! 가을이구나' 생각을 하세요. 시카고의 가을은 아주 짧으니까요.

prev02.gif

 

 

Make your own free website on Tripod.com